[알베아크스펙] 꿈

홍차마시다 생각났습니다 역시 맥락은없고 음...그렇습니다. 짧은듯....

"알베르, 안녕."

따스했다. 여기저기 달린 조명들이 마치 햇살처럼 유리 온실을 비추고 있었다. 곳곳에선 여러 식물들이 바람이라도 부는 듯 살랑였다. 비록 바깥은 눈보라가 치고 있었지만.

"홍차라도 마실래? 나름 좋은 찻잎인데."

"...꿈인가?"

"그럴걸?"

너는 맞은편에 앉아 투명한 잔 위로 진한 황금빛 차를 부었다. 이윽고 이 쪽 잔에도 차가 찰랑였다.

"이렇게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네...그치? 넌 벌써 대령씩이나 됐는데도 '그 일' 이후로 한 번도 못 봤으니까. 요즘엔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침묵으로 답했다. 잘 지냈다? 아니, 그렇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잘 못 지냈다? 이것이 꿈이라고 해도 네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부러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잘 못 지내나 보구나...그, 그러면! 잠깐만 기다려 봐!"

그런 침묵을 너는 부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나 보다. 네가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베르, 이것 좀 봐. 예쁘지?"

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꽃을 들고 돌아왔다. 너는 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건 라일락이고, 이건 리시키톤인데, 저기엔 배롱나무도 있더라!

"널 만나면 꼭 주고 싶었던 꽃들이거든. 어때? 마음에 들어?"

"응, 영원히 이렇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다행이다. 네가 좋아해주기를 바랐거든...헉, 차 식겠다! 빨리 마시자!"

네가 테이블 위에 꽃을 내려놓았다. 리시키톤이 힘없이 쏟아졌다.

"음, 나는 설탕 넣어서 마실 건데, 너도 넣을래?"

"아니, 나는 괜찮아."

넣으면 맛있을 텐데. 작게 덧붙이며 너는 글자가 적힌 통에서 각설탕을 꺼내 잔에 담궜다. 스푼이 달그락대며 유리잔을 휘젓자 설탕이 기묘한 무늬를 그려내며 아래로 잠겨들었다. 그 모습이 정말 지극히 평화로워서, 금방이라도...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

그러나 너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듯 차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방금 통이 떨어졌는데,"

"괜찮아. 거기 적힌 거라고는 'desidero ergo sum'이 다인걸. 그런 통은 나중에 또 구하면 돼."

가벼운 한숨 소리.

"그러니까...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 잘 지냈는지? 그래, 가벼운 안부를 묻는 게 좋겠다. 뭐 해? 안 마시고."

나는 너의 권유에 잔을 들었다. 잔 아래로 호박색 그림자가 일렁였다. 너는 그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얄팍한 균열이었다.

네가 돌연 찻잔을 오른쪽 눈 위로 올리며 웃었다.

"나는 잘 지냈어. 맞아. 나는 잘 지냈지. 원래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너희의 몫이었잖아. 나는 쾌락만 있으면 돼. 너희들이 쌓아놓은 증오 위에서 춤추면서 말야."

그것으로 균열은 몸집을 불렸다. 유리 온실 아래에서 격동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것은 마침내 유리 온실을 부수고 나왔다. 몰아치는 눈보라가 식물들을 모조리 얼렸다. 이내 그들은 가루가 되어 비산했다.

심연에서 태어나는 공포. 그것은 얼룩진 하늘 아래 서 있었다.

"맹세는 배반을 낳지. 너는 친구와의 맹세 앞에 당당해? 네 친구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것 아니잖아?"

회청색 눈동자가 그림자 아래에서 물들었다. 있지도 않은 햇살을 느끼듯 눈을 감았다 뜬 눈은 하늘을 담는 것을 포기했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제야 깨달았다.

"친구가 빛 바랜 이상과 함께 추락하는 걸 구경하는 건 재미있을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알베르?"

그건 아크가 아니라는 걸.


*  *  *  *  *


"네가 '알베르 대령'이구나. 우리 처음은 아니지?"

베르딜에서는 모래바람이 친다.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모래바람이 아닌 눈보라가 부는 듯 했다. '너'는 푸흐, 소리를 내며 눈을 휘었다.

"너 결국 친구마저 저버렸구나. 넌 정말로..."

역겹기 짝이 없는 놈이야.


열심히 써보려다 실패함. 전 스펙터가 좋아요......

desidero ergo sum =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라일락의 꽃말은 안녕,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 리시키톤의 꽃말은 아름다운 추억. 배롱나무의 꽃말은 떠나간 친구에 대한 회상.








......

일락이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새 블로그
새 블로그
구독자 4

0개의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로운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