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까지만 해도 한 번도 네가 가을을 닮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 너는 나를 볼 땐 항상 웃고 있었으니까, 네 연두색 눈을 봐도 그냥 기분이 좋아질 뿐이었거든. 차라리 가을보단 봄에 가까우면 모를까. 계기는 별 거 아니었어. 네가 무슨 이유에선지 열려있던 창가 자리에 앉았다가 심한 감기에 걸린 거야. 너도 알잖아, 가을 햇볕은 봄 햇볕하고 다른 거. ...
날씨가 부쩍 추워짐에도 불구하고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나쁘지 않은 기분을 선사했다. 창문에 달린 커튼을 열어 햇빛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니 적당히 서늘한 온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따금씩 바람이 강하게 불 때 싸늘한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었으므로 그는 코트의 단추를 잠그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아마 그 날도 비슷한 맥락으로 시선을 내려 ...
어쨌든 그건 눈의 탓이었다. 그럴 필요 없었음에도 입학했던 학교는 늘 빡빡했다. 학기 초엔 씻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 것과 동시에 잠에 들기 일쑤였다. 그건 반대쪽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어났을 때 옆 침대에선 주로 머리카락을 베개 위에 흩뿌리며 얼굴을 처박고 자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그 애에 대해 아는 건 한동안 머리 색깔과 이름 두 글자밖에 없...
*사망묘사 유혈묘사 들어갑니다. 알고 있었다. 그건 직접 산산조각 나는 것을 확인했던 자쿰이 어느 날 다시 멀쩡히 서 있었을 때도 그랬다. 석상이 되어 부서졌던 혼테일도, 무릎을 꿇고 죽어갔던 반 레온도, 심지어는 검은 마법사조차도. 그들은 모두 남들이 입을 모아 '죽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에게만은 살아 움직이는 존재였다. 살아 움직여서, 언젠가는...다...
"알베르, 안녕." 따스했다. 여기저기 달린 조명들이 마치 햇살처럼 유리 온실을 비추고 있었다. 곳곳에선 여러 식물들이 바람이라도 부는 듯 살랑였다. 비록 바깥은 눈보라가 치고 있었지만. "홍차라도 마실래? 나름 좋은 찻잎인데." "...꿈인가?" "그럴걸?" 너는 맞은편에 앉아 투명한 잔 위로 진한 황금빛 차를 부었다. 이윽고 이 쪽 잔에도 차가 찰랑였다...
투둑.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네 발치로 추락한 물방울을 보고 있으니 곧이어 머리 위로 하늘이 뚫린 듯 우수수 비가 쏟아져 내려왔다. '친구?' "닥쳐." '말해 봐, 너는 단 한 번이라도 기분 좋은 적 없었다 맹세할 수 있어?' 너의 시선을 천천히 앞으로 옮겼다. 잔뜩 쌓인 시체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찢어발겨진, 터져버린, 꿰뚫린, 불타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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